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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사랑 이야기

왜 각의 삼등분 작도는 안 되는가?

작성자 : 수학사랑|조회수 : 7444

이 글은 저널 '수학사랑' 48호(2005년 1/2월호)에 실렸던 필자의 글을 조금 고친 것입니다.


따짐이: 임의의 각을 삼등분할 수는 없나요?

선생님: 누가 그런 말을 했지?

따짐이: 인터넷에서 봤는데요. 각을 삼등분할 수는 없다고...

선생님: 그게 사실이라고 생각하니?

따짐이: 아니오.

선생님: 왜 아니라고 생각하지?

따짐이: 각도기를 쓰면 되잖아요. 예를 들어 60도를 삼등분하려면 20도씩 재서 나누면 되죠.

선생님: 그렇지. 사실 각도기까지도 필요 없어.

따짐이: 그런데 삼등분 안 된다는 건 무슨 말이죠?

선생님: 정확히 말하면, '주어진 임의의 각의 삼등분선을 작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는 것이지. 여기서 '작도' 라는 말이 중요해.

따짐이: 작도라면, 눈금 없는 자와 컴퍼스만 가지고 하는 것?

선생님: 그렇지.

따짐이: 정말 안 되나요?

선생님: 왜? 해 보려고?

따짐이: 아니, 그렇다기보다, 어떻게 그렇게 확실히 말할 수 있죠?

선생님: 수학에서 무엇인가를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경우는 단 한 가지지. 그것이 증명되었을 때.

따짐이: 증명되었다고요? 무엇인가가 '불가능하다' 는 것도 증명할 수 있나요? 나중에 누군가 성공할 수도 있잖아요? 예를 들어, 제가 지금이라도 시도해서 성공한다면?

선생님: 네가 어떤 방법을 쓰던지 상관없이, 눈금 없는 자와 컴퍼스를 가지고 임의의 각을 삼등분할 수는 없다는 것을 증명한 사람이 있어.

따짐이: 거참, 이해가 잘 안되네요.

선생님: 그렇다면 이건 이해되나? '곱해서 짝수가 되는 두 개의 홀수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짐이: 오호...

선생님: 이것을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지 않겠지?

따짐이: 하지만요, 그 명제는 결국 '홀수와 홀수를 곱하면 항상 홀수이다.' 라는, '불가능하다' 는 말이 없는 명제와 같잖아요?

선생님: 그렇지.

따짐이: 그러니까 그것은 경우가 다르지... 않나요?

선생님: 다르지 않아. 각의 삼등분선 작도가 불가능하다는 명제도 '불가능하다' 는 말이 없는 명제로 바꿀 수 있으니까.

따짐이: 어떻게요?

선생님: '주어진 각을 이용해서 작도할 수 있는 점들의 집합을 C 라 하면, 삼등분선 위의 점들은 C 에 속하지 않는다.'

따짐이: 잠깐만요. '작도할 수 있는 점들의 집합' 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셨는데, 그것은 결국 '작도할 수 없는, 즉 작도하기 불가능한' 점들이라는 개념을 사용한 것과 같은 것 아닌가요?

선생님: 역시 따지는 데는 뛰어나군. 네 말대로야.  하지만 '작도할 수 있다' 는 말은 다시,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식의 말이 아닌 순수하게 수학적인 성질로 바꿔 놓을 수 있어.

따짐이: 어떻게요?

선생님: 그것은 작도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면 알 수 있지. 작도는 눈금 없는 자와 컴퍼스를 사용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므로, 작도할 수 있는 점들이란 결국 직선이나 원의 교점들이지. 그것도 아무 원이나 직선이 아닌, 이미 작도된 점들을 지나는 직선, 그리고 이미 작도된 점을 중심으로 하고 이미 작도된 점을 지나는 원이어야 하겠지.

따짐이: 주어진 각의 꼭지점이나 변에서 출발해서 직선이나 원을 그리고, 그 교점들을 가지고 다시 직선이나 원을 그리고, 하는 식으로 점들을 만들어 간다는 말이군요.

선생님: 바로 그거야.  그런 식으로 만들어져 나가는 점들의 집합을 C 라고 하는 것이지.

따짐이: 그리고 그 집합 C 에는 주어진 각의 삼등분선 위의 점들은 없다...

선생님: 바로 그거야. 실제로는 평면에 좌표를 주고 원이나 직선의 교점을 구하는 일은 연립방정식의 해를 구하는 일과 같다는 것을 이용하여 그와 같은 사실을 증명하게 되지.

따짐이: 아, 그렇다면 좌표라는 것이 없다면 증명이 곤란하겠네요?

선생님: 그렇지. 이 문제는 도형의 문제를 방정식의 문제로 바꾸어 풀어야 하는 아주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지. 고대 그리스에서 제기되었던 세 가지 어려운 문제(삼대난문)가 있는데 그것은,(1) 주어진 원과 넓이가 같은 정사각형 작도하기(2) 주어진 임의의 각의 삼등분선 작도하기,(3) 주어진 정육면체의 두 배의 부피를 갖는 정육면체 작도하기와 같은 것들이야. 이들은 모두 1800년대 들어서 좌표평면이 발명되고 방정식에 대한 이론이 발달하면서 불가능함이 증명되었지.

따짐이: 도형의 문제를 방정식으로 해결한다... 역시 수학은 대단하네요.

선생님: 수학에서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지. 마치 섬들이 물속에서 모두 연결되어 있듯이.

따짐이: 그런데 아까 말씀하신 것 중에, 각도기가 없이도 각을 삼등분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각도기 말고 무슨 기구라도 사용하나요?

선생님: 자만 있으면 돼.

따짐이: 눈금 있는 자?

선생님: 그래, 눈금 두 개만 있어도 각을 삼등분할 수 있지.

따짐이: 아니 어떻게요?

선생님: 자에 r 만큼의 간격으로 두 개의 점(눈금) P, Q 가 그려져 있다고 하자. 각 XOY 가 주어졌을 때, O 를 중심으로 하고 r 을 반지름의 길이로 하는 원을 그린 다음, 각의 양변 OX, OY 와 원의 교점을 각각 A, B 라 한다. 그리고 나서 그 자의 변이 A 를 지나면서 Q 는 원 위에, P 는 직선 OY 위에 오도록 하면 각 APB 는 각 AOB 를 삼등분한 각이 된다.

따짐이: 그렇군요... 그러고 보니 이 비슷한 문제가 교과서에 있던 것 같은데?  그림과 같은 상황에서 각 AOB 가 각 APB 의 몇 배인가를 묻는...

선생님: 그렇지, 교과서에 있는 문제들 중에는 역사적으로 의미를 가진 것들도 많아. 이 문제도 단순히 풀어야만 할 문제로 생각하기엔 아까운 경우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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