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저널 ‘수학사랑’ 47호(2004년 11/12월호)에 실렸던 필자의 글을 조금 고친 것입니다.
따짐이: 1 나누기 0 은 뭐죠?
선생님: 정의하지 않지. 너도 알지 않니?
따짐이: 전 그게 불만이거든요. 왜 다른 수끼리는 다 나누기가 되고, 0 을 다른 수로 나누는 것도 되는데, 0 으로 나누기는 안 되냐고요. 수학에서 그런 예외가 있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요? 선생님: 예외가 없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이 경우는 어쩔 수 없다고 해야겠지. 나눗셈이라는 것이 원래 곱셈을 이용해서, 예를 들어 0×x=1 이 되는 수를 1÷0 이라고 불러야 할 텐데 그런 수가 없으니까.
따짐이: ‘무한대’ 라고 하면 되지 않나요? 0 을 무한히 많이 더하면 1 이 된다, 뭐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을 본 것도 같아요.
선생님: 그래서, 어쩔 건데?
따짐이: 한 번 생각해 보죠. 1÷0 즉 0 의 역수를 무한대라 부르고 그것을 ∞ 라 쓰기로 하죠. 그리고 나서 다음과 같이 정의하면 를 수로 봐도 되지 않을까요? 임의의 수 a 에 대해서,
선생님: 음... 은 상식과는 좀 거리가 있네?
따짐이: 헉! 그건 미처 생각을...
선생님: 정의가 안 되는 계산을 없애려고 를 도입했는데, 정의하기 곤란한 것이 이번에는 한 개가 아니라 두 개나 생기고, 방정식 같은 것에 대해 지금까지 알고 있던 지식에 혼란을 가져온다면, 그것이 꼭 필요할 경우에나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
따짐이: 그렇군요. 수학자들이 한 일에는 이유가 있었네요.
선생님: 그렇지. 물론 수학 책에 나온 것들을 비판 없이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야. 항상 ‘왜 이랬지?’ 하는 비판적인 태도를 갖고 있어야 그 대상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고, 그래서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언제나 자기가 틀렸음을 인정할 수 있다는 태도 역시 무엇을 배우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지. 방금 전의 너처럼 말이야.
따짐이: 그런데, 전에 신문에 어떤 교수님이 쓴 글을 본 적이 있는데요1),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는데 속력이 5km/h라면, 스키를 얼마의 속력으로 타고 내려와야 평균속력이 10km/h 가 되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 ‘무한대의 속력으로 내려오기 전에는 평균속력이 10km/h 가 될 수 없다.’ 고 했거든요. 여기서 무한대라는 말은 아까 제가 말했던 의미로 사용된 것이 아닌가요?
선생님: 그 문제의 경우, ‘그렇게 할 수 없다’ 가 맞는 답이지. 하지만 내려오는 속력을 100, 1000, 10000 등등으로 올리면 올릴수록 평균속력은 10km/h 에 접근하기 때문에 ‘속력이 무한대가 되면, 평균속력이 10km/h 가 된다’ 고 말하기도 하지. 특히 물리학 같은 곳에서 무한대라는 가상의 개념을 써서 편리하게 이론을 전개할 수 있는 경우가 있어. 이 문제의 경우처럼 말이야.
따짐이: 자연스럽게 극한의 개념이 나오는 것 같네요.
선생님: 그렇지. 수학에서 무한대라는 말은 주로 극한에서 사용되는데, 어떤 값이 무한대로 간다거나 극한이 무한대라는 말은 한계가 없이 계속 커진다는 말을 편리하게 한 것일 뿐이야. 다만...
따짐이: 다만?
선생님: 무한대를 도입하는 것이 매우 편리해질 때는 도입하기도 하지.
따짐이: 그럼, 제가 아까 말했던 ∞ 처럼 무한대가 수처럼 쓰일 때도 있다는 말씀?
선생님: 그렇지. 하지만 연산에 초점을 두면 아까와 같이 장점보다는 단점이 두드러지게 되어 별로 유용하지 않고, 주로 기하학적인 성질과 관련하여 도입하게 되지. 다시 말해서 ∞ 는 수로서라기보다는 점으로서의 성질이 중요하게 취급되는 경우가 많아.
따짐이: 무한대를 수직선 위에 찍는다는 말인가요?
선생님: 수직선 위에 한 점으로 무한대를 찍을 수는 없고, 주로 수직선을 한 점이 빠진 원과 일대일 대응시키고, 그 빠진 한 점을 무한대로 채워서 원을 완성시키는 형태가 되지(그림). 복소평면의 경우도 무한대라는 한 점을 추가하면 구면과 일대일 대응시킬 수 있어(Riemann sphere). 그 경우 무한대는, 적어도 기하학적(위상적)으로는 다른 수들과 평등하게 취급되지.
따짐이: 정말, 무한대만 나오면 뭔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왜 그럴까요?
선생님: 무한이라는 것을 상식이나 직관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면서 동시에 수학적 엄밀성을 주는 것은 어려운 것 같아. 나중에 더 자세히 이야기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