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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사랑 이야기

왜 호도법(라디안)을 사용하는가?

작성자 : 수학사랑|조회수 : 17122

이글은 저널 '수학사랑' 제53호(2005년 11/12월호)에 실렸던 저의 글을 조금 고친 것입니다.

 

따짐이: 선생님, 라디안(호도법)을 사용하는 이유가 뭐죠?

 

선생님: 왜? 불만이냐?

 

따짐이: 그냥 단위를 고치는 건데 너무 복잡한 것 아닐까요?  예를 들어 km 단위로 나타나 있는 값을 m 단위로 고치려면  1000 이라는 간단한 수만 곱하면 되죠.  넓이 단위인 을 로 고치는 것도 3.305785 라는 유리수를 곱하면 되고요.  그런데 도(°) 단위로 나타나 있는 값을 라디안으로 고치려면 이라는 무리수를 곱해야 하잖아요.  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너무 수가 커져서 그러는 것이라면 90° 1로 하는 단위를 쓰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선생님: 그래서 90° 100으로 보는 그레이디언트(grad)라는 단위도 있어.  그레이디언트로 나타낸 값을 100으로 나누면 네가 원하는 것처럼 90° 가 1 로 나타나게 되지.  하지만 라디안은 단순히 값을 나타내는 수를 적당한 크기로 조절하려는 목적으로 도입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리수가 등장하는 거야.

선생님: 물론 아니지만, 그것과 관련이 없다고도 할 수 없지.

 

따짐이: 흠.  뭔가 이유가 따로 있긴 있군요?

 

선생님: 수학에서 이런 귀찮은 환산까지 해 가며 수천 년 동안 쓰던 육십분법이 있는데도 호도법을 도입할 때에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지.

 

따짐이: 물론 그렇겠죠.  그런데 그게 뭐냐는 거죠.

 

선생님: 삼각함수.

 

따짐이: 삼각함수?  삼각함수는 육십분법으로도 충분히...

 

선생님: 물론 일정한 각을 입력하면 일정한 값(비율)을 내놓는 역할만 할 때는 육십분법으로도 충분하지.  그리고 그 때는 대개 삼각함수라고 안 부르고 삼각비 라고 불러.  10-나 단계(고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 있는 사인법칙, 코사인법칙, 삼각형의 넓이 구하기 등에서 사용되는 것은 삼각함수라기보다는 삼각비이지.  이 삼각비가 항해나 측량 등에 사용되어 온 바로 그것이야.

 

따짐이: 사인법칙, 코사인법칙, 항해나 측량, ... 이런 것들이 아니라면, 그 삼각함수는 대체 어디에 이용된다는 것이며, 거기라고 해서 라디안이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선생님: 삼각함수를 미분하거나 적분해야 할 때가 있어.  아니, 미적분이라는 분야에서 삼각함수가 차지하는 중요성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지.

 

 

선생님: 그게 바로 핵심이야.  미적분에서는 그런 비교를 전제로 하여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지.

 

따짐이: 어? 그런 게 아니라는 말인가요?

 

선생님: 임의로 단위를 붙였다 떼었다 하는 것이 뭔가 꺼림칙한데다가, 각과는 상관도 없는 곳에서 삼각함수를 적용하여 유용한 결과가 얻어지게 되자 삼각함수에 들어가는 값이 각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지기 시작했지.  그래서 지금은 삼각함수는 이차함수나 지수함수 같은 것과 마찬가지로 실수에서 실수로 가는 함수로 취급하고 있는 거야.  따라서 sin 안에 들어가는 것은 각인데 rad 단위를 생략한 것이 아니라 그냥 실수라는 것이지.  단지 sin x의 값은, x 를 단위가 라디안인 각으로 보고 전에 사용하던 삼각비 인 sin 에 넣은 값과 같은 것으로 정의되는 것뿐이야.  새로운 sin을 new_sin, 전에 사용하던 삼각비인 sin을 old_sin 이라고 부른다면 new_sin(x) = old_sin(x rad) 라고 정의되는 거지.

 

따짐이: 음... 미적분 때문에 sin x 의 x 가 실수가 되는 것이 여러 가지로 편리하고 바람직한 일이었다 이 말씀인 것 같은데요, 그렇다 하더라도 왜 꼭 라디안이죠?  그냥 육십분법으로 했다면?  다시 말해서 new_sin(x) = old_sin(x°) 으로 정의하면 안 되나요?

 

선생님: 안될 건 없지.  아마 처음에는 그렇게 하려고 했겠지.  하지만 그 경우에는

           

따짐이: 그럼, 라디안은 삼각함수의 미적분 공식을 편리하게 나타내기 위해 도입한 것이라는 말씀?

 

선생님: 그래.  원래 그것이 이유였어.  그러다 보니까 여러 가지로 편리하고 합리적이라는 것이 밝혀졌고 말이야.  사실 육십분법의 도(°)는 완전히 임의로 정한 단위인데 비해, 라디안은 그 크기의 각을 중심각으로 하는 호의 길이와 반지름의 길이의 비로 정의되니까 아무래도 수학적으로 의미가 있겠지.

 

따짐이: 라디안은 각을 실수로 나타내기 위해서 도입한 것이라는 말을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는데요.  그게 맞는 말일까요?

 

선생님: 별로 맞는 말 같지는 않은데?  그 말은 삼각함수의 정의역을 실수의 집합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는 말인 것 같은데, 네가 지적했다시피 그것은 육십분법이나 그레이디언트 등 다른 단위를 통해서도 할 수 있지.  다만 라디안을 통해서 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고 합리적이어서 선택된 것이야.

 

따짐이: 미적분이 뭐길래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단위까지 만들어가며 이런 일들을 벌이는 건지...

 

선생님: 그것이 좀 문제이긴 해.  학문적으로는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기 때문에 하는 일인데, 그 때문에 일반 사람들이 수학이나 물리 같은 학문에서 등을 돌리는 결과가 되는 일이 종종 있으니 말이야.  하지만, 그런 학문들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겠지?  라디안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그것을 이해함으로써 눈앞에 펼쳐질 새로운 세계를 생각할 줄 안다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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