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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사랑 이야기

왜 모든 사람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가?

작성자 : 수학사랑|조회수 : 4195

이 글은 저널 '수학사랑' 51호(2005년 7/8월호)에 실렸던 필자의 글을 조금 고친 것입니다.

 

따짐이: 수학을 공부하기 싫어하는 학생들도 많죠?

선생님: 그래.  나로서야 안타깝지만, 현실이지.

따짐이: 그런데 왜 학교에서는 모든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거죠?

선생님: 그건 수학 질문이 아닌데?

따짐이: 하지만, 그런 의문을 갖는 친구들이 많거든요.  저도 궁금해요. 수학에 소질이 있고, 좋아하는 학생들에게만 가르치면 되지 않을까요?

선생님: 그러면 어떻게 될까?

따짐이: 각자 자기가 배우고 싶은 것만 배우니까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될 것 같은데요.

선생님: 그 뒤에는?

따짐이: 그 뒤라니요? 졸업한 뒤에?

선생님: 그래. 졸업한 뒤에는 어떻게 될까?

따짐이: 그야... 수학 배운 사람들은 수학이 필요한 대학에 진학하거나 수학이 필요한 직장에 취직하거나 할 수 있고...

선생님: 수학 안 배운 사람들은?

따짐이: 수학이 필요한 분야로 진출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자기가 원하는 분야에서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선생님: 그것은 다시 말해서,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 어느 과목을 배울지 결정함으로써 자기가 어른이 된 후의 진로까지 어느 정도 결정하게 된다는 뜻이겠군.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이 수학이 싫어서 내내 안 배우다가 중학교 2 학년쯤에 산업디자이너가 되려고 마음먹었다고 해도 이미 때는 늦게 될 테니.

따짐이: 그... 그렇게 되나?

선생님: 뭐, 그것이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 국가적으로 보면 수학을 사용하지도 않을 수많은 학생들에게 수학을 강제로 가르치는 것보다 각자 잘 할 수 있고 흥미도 있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것도 사실이야.

따짐이: 하지만, 수학을 안 배우다가 중간에 배우고 싶어지는 학생은 어떻게 하죠? 수학을 배우는 학생들 중에 중간에 안 배우고 싶어지는 학생들은? 수학은 좋아하지만 수학을 사용하는 직업으로 진출하고 싶지 않은 학생들은?

선생님: 왜 나한테 따지냐? 그렇게 하면 좋겠다고 한 것은 너였지 않니?

따짐이: 그러게요. 거 참 희한하네...

선생님: 사실 그 문제는 정치적으로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된다.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문제가 되는 거지.

따짐이: 수학 선생님이 웬 정치를...

선생님: 정치를 무시하거나 싫어하면 곤란해. 엔진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방향타를 잘못 꺾으면 배가 암초에 부딪쳐 난파할 수 있듯이, 정치가 잘못되면 멀쩡한 사람들까지 많은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지.

따짐이: 그렇다 치고, 모든 사람에게 수학을 가르치지 않으면 정치적으로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건가요?

선생님: 수학에 소질이 있고, 좋아하는 학생들에게만 가르치면 되지 않느냐고 했지? 자, 그런 일이 수십 년간 이루어졌다고 하자. 그러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게 된다. 수학을 배운 사람들과 수학을 배우지 않은 사람들.

따짐이: 그래서요?

선생님: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학적 지식이나 수학적 사고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일부 사람만 갖게 되면 그것은 엄청난 권력이 될 수 있다. 공학이나 금융을 비롯한 많은 분야의 전문가는 수학을 배운 그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이 다 차지하게 될 거야.

따짐이: 그렇겠죠.

선생님: 그렇게 되면 그들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자기 자식들에게만 수학을 가르쳐 주려고 할 테지.  다른 사람들이 그 권력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말이야. 그렇게 되면 수학을 배우지 않았던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고 싶어도 못 가르치는 일이 일어나게 된다. 예를 들어 수학을 배운 사람들은 전문가로서 많은 재산을 모았을 테니 수학을 배우는 데 드는 비용에 대한 국가 지원을 끊고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높게 만들어 버리면 간단하지.

따짐이: 그건 좀 비약하신 것 아닌가요?

선생님: 아니야. 계절에 따른 날씨의 변화를 예측하는 능력이 권력이 되었던 적도 있었고, 글자를 읽고 쓸 줄 아는 것이 권력이 되었던 적도 있었다. 권력이란 그것을 가진 자들끼리의 '계급' 을 형성하여 대물림되려고 하는 속성이 있기 마련이야.

따짐이: 모든 사람에게 수학을 비롯해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강제로 가르쳐 주는 것은 계급의 형성을 막기 위해서다...  이건가요?

선생님: 다른 것도 있겠지만, 그것이 중요한 이유이지. 계급의 형성을 막는 것이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이념인 '평등' 의 구체적인 실천 방법이야.

따짐이: 그런데요, 실제로 모든 학생에게 수학을 가르쳐도 그 중의 일부만 제대로 배우고 대부분의 학생들에게는 결과적으로 아무 소용이 없는 것 같은데요.

선생님: 하지만 기회는 주었지 않니? 기회만 공평하게 주어진다면, 결과가 똑같지 않더라도 평등하지 않다고는 할 수 없지. 또한, 그것은 적어도 '대물림(세습)' 은 아니지. 계급이 존재한다는 것은 기회 자체가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고 부모에게서 자식에게로 대물림된다는 말이니까.

따짐이: 하지만 지금도 재산이 많거나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자기 자식에게 그것을 물려주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쓰잖아요. 고액과외, 해외연수 같은 것은 결국 재산이 많은 집 자식들에게만 기회가 가지 않나요? 그게 명문대 진학에 연결된다면 결국 사실상의 계급이 형성되어 가는 것 아닌가요?

선생님: 그래. 그래서 국가(정부)에서는 공교육 이외의 것이 명문대 진학에 연결되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 거야. 예전에는 과외를 한 교사와 학부모를 중벌에 처했던 일도 있었지만, 지금은 공교육의 질을 높이고, 사교육이 대학 입시 성적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대입제도를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지. 명문대라는 말이 아예 사라지도록 대학을 평준화하자는 말도 그래서 나오는 거야. 평등이 실현되지 않고 사실상의 계급이 형성된다면 그것은 국민들의 반발과 저항을 불러 온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는 그 자체의 안녕을 위해서라도 교육에서의 평등, 즉 기회균등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할 수밖에 없지.

따짐이: 그러고 보니 수학 공부를, 다른 공부도 마찬가지지만, 안 한다는 것은 앞선 시대 사람들이 어렵게 쟁취하여 우리에게 준 기회를 차버린다는 말이 되는군요. 자기 몫의 권력을 남이 차지하도록 놔둔다는 말도 되고...

선생님: 그래. 수학 공부는 그 자체만으로 충분한 가치를 가지지만 정치적으로 보면 그런 의미도 있다는 것이지. 그래서 수학이 싫다느니 수학 공부 안하겠다느니 하고 떳떳하게 말하는 학생들을 보면 이중으로 안타까울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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