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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사랑 이야기

도형이란 무엇인가?

작성자 : 수학사랑|조회수 : 4236

이 글은 저널 ‘수학사랑’ 46호(2004년 9/10월호)에 실렸던 저의 글을 조금 고친 것입니다.

 


따짐이: 도형이 뭐죠?

선생님: 뭐라고 생각하지?


따짐이: 선분, 직선, 원, 삼각형, 사각형 같은 것들...


선생님: 그런 것들만?


따짐이: 포물선이나 타원 같은 것도 도형이라고 하죠.


선생님: 그렇게 이름 붙은 것들만 도형인가? 예를 들어 삼각형 두 개가 맞붙어 있는 모양이라든지

            또는 서로 떨어져 있는 원과 선분, 이런 것을 ‘하나의’ 도형이라고 할 수 있을까?


따짐이: 그런 것은 두 개의 도형이 아닐까요?

선생님: 그래? 원래 삼각형이란 것도 선분 세 개가 모인 것 아닌가?

따짐이: 그, 그렇죠.

선생님: 선분 세 개를 모아 놓고 ‘삼각형’ 이라고 이름 붙이니까 하나의 도형이 되었다면,

            삼각형 두 개를 모아 놓고 예를 들어 ‘겹삼각형’ 이라고 이름 붙이면 그것도 하나

            의 도형이 되는 것이 아닐까?

따짐이: 하지만 선분이라는 것도...

선생님: 것도?

따짐이: 선분이라는 것도 결국 점이 모여서 된 것이잖아요?

선생님: 물론이지.

따짐이: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어차피 삼각형이건 겹삼각형이건, 무슨 모양이건 점들이

            모여서 되는 건데... 그렇게 보면 그것들 사이에 별 차이가 없네요.

선생님: 그렇지. 그러면, 도형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아니, 무엇을 도형이라고 불러야 일관성이 있을까?

따짐이: 음... 점들의 집합은 모두 도형이라 부른다?

선생님: 정답입니다!

따짐이: 굉장히 허무하네요.

선생님: 그렇긴 하지. 하지만 나는 그래서 수학이 좋아.

따짐이: 왜요? 선생님 자신이 허무하니까?

선생님: 까부냐? 그렇게 허무한 말들을 모아서 위대한 것들을 밝혀내는 것이 수학의 매력 중에 하나야. 

            어쨌든, 도형이라는 말이 점들의 집합을 말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많은 것들을

            일관성 있게 이해할 수 있지.

따짐이: 예를 들면요?

선생님: 함수의 그래프는 도형이지.

따짐이: 함수의 그래프는 도형이다... 즉, 점들의 집합이다... 그래서요?

선생님: 예를 들어 이차함수   의 그래프는 포물선이 된다.

            그런데 그 포물선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짐이: 점들로 이루어져 있다.

선생님: 그렇지!  점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 점들이 어떤 점들이지?

따짐이: 그, 그러니까...   이 되는 순서쌍 (x,y) 를 좌표로 하는 점들...

 

선생님: 네가 지금 방금 말한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고 있니?

따짐이: 예? 얼마나 중요한데요?

선생님: 그 문장은 식1)과 그래프(도형)을 연결시켜 주는 기본 원리야.

 

            어떤 순서쌍이 식을 만족한다는 것과 그 순서쌍을 좌표로 가지는 점이

           그래프 위의 점(즉, 그래프라는 도형의 원소)이라는 것이 동치가 되도록 그래프라는 것이 정의가 되어

            있는데, 수학에서 이것은 거의 항상 마찬가지야. 

            부등식의 영역도 부등식의 그래프라고 불러도 되는 것을 좀 다르게 부르는 것 뿐이지. 

                      그림 1) 식과 그래프의 관계

따짐이: 그렇게 그래프를 정의해서 무엇을 하려는 거지요?

선생님: 너도 잘 알지 않니. 식으로 못하는 일을 도형으로 하거나, 도형으로 못하는 일을식으로 하려는 것이지.

            자세한 건 나중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어쨌든 모든 도형은 점들의 집합이라는 것은 항상 염두에 둘 만

            하지. 예를 들어 삼각형 ABC 는 어떤 점들의 집합일까?

따짐이: 그건 세 선분 AB, BC, CA 의 합집합인데요.

선생님: 그렇지, 그럼 선분 AB 는 어떤 점들의 집합일까?

따짐이: 두 점 A 와 B ‘사이에 있는’ 점들의 집합.

선생님: 아주 좋아. 단지, 사이에 있는 점들만으로는 A 와 B 자체는 빠져버리니까

            A 와 B 도 선분 AB 라는 집합에 넣어 줘야겠지.

따짐이: 그렇군요... 그러고 보니 원의 정의도, ‘한 점으로부터의 거리가 일정한 점들의

            집합’ 이라고 교과서에 나와 있었어요.

선생님: 바로 그거야. 교과서에는 원이나 삼각형 같은 기하학적인 도형, 함수의 그래프 같은 것이

            어떠어떠한 점의 집합이라는 것을 말해 주는 내용이 사실은 많이 있는데, 이런 기본 원리에

            해당하는 것은 문제 풀이에 직접 사용이 되지 않아서 그러는지 나중에는 잘 모르는 학생이 많은 것 같

            더라. 하지만 그것 하나를 확실히 이해함으로써 많은 것들을 일관성 있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기본 원리는 수학 공부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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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더 정확히는 관계(relation)라고 해야 한다.

 

 

                                                                                                             송영준(도봉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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