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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사랑 이야기

왜 사교육이 문제라고 하는가?

작성자 : 수학사랑|조회수 : 10024

따짐이: 선생님, 공교육과 사교육이 무엇이에요?

 

선생님: 공교육은 법에 따라 하게 되어 있는 교육이고, 사교육은 각자의 판단에 따라 하는 교육이라고 할 수 있지.  다시 말해 공교육은 학생이 필요로 하지 않더라도 공공의 필요에 의해 강제로 '가르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  사교육은 각자 알아서 하는 거고.

 

따짐이: 그럼 정부에서 사교육을 막으려고 하는 이유는 뭐죠?

 

선생님: 정부는 사교육을 막으려고 하지 않아.  그럴 이유가 없지.

 

따짐이: 제가 보기엔 교육부에서 사교육을 줄이려고 여러 가지로 노력하던데요?

 

선생님: 사교육을 줄이려는 것이 아니라 다만 사교육비를 줄이려는 것이지.  모든 학생들이 쉽게 적은 비용으로 사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서 부잣집 자식들만 사교육을 받아서 명문대 가는 것을 막자는 것이야.  예를 들어 방송이나 인터넷으로 충분히 입시에 도움이 되는 사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말이지.  부자와 가난한 자가 구별되고, 그것이 대물림(세습)되는 것을 막는 것은 민주 국가가 해야 할 중요한 일 중 하나이니까.

 

따짐이: 어째 그게 다가 아니라는 말씀인 것 같은데…

 

선생님: 사교육이 좋은 것인데 단지 기회가 평등하게 돌아가지 않는 것이 문제인 것이라면 정부가 하고 있는 일이 옳은 일이겠지.  하지만 사교육의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니야.  사교육 자체에 폐해가 있는 것인데, 적은 비용으로 모두 다 사교육을 받게 하겠다는 것은 그 폐해를 더 심각하게 만들겠지.

 

따짐이: 사교육 자체의 폐해라는 게 뭐죠?  사교육은 공교육에서 하는 것을 보충하는 것이 아닌가요?  사교육이나 공교육이나 내용은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선생님: 학교 공부에서 뒤떨어지지 않도록 보충하는 정도였으면 단연코 말하건대 아무 문제도 없었어.  공부를 제대로 하도록 도와 주는 것이 사교육의 목적이었다면 말이야.

 

따짐이: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건가요?

 

선생님: 아니지.  사교육의 목적은 시험점수 올리기야.  공부를 제대로 하려는 게 아니라, 시험점수만 올리면 목적 달성이지.  그것도 장기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한 달, 두 달 뒤의 중간고사 성적, 모의고사 성적 올리기란 말이야.

 

따짐이: 대학 입학 성적 올리기가 아니고요?

 

선생님: 아니지.  당장 효과가 안 나타나면 다른 학원으로 옮기거나, 과외 교사를 바꿀 테니까.  살아남으려면 당장의 시험 성적을 올려 주면서 그런 식으로 대학 입시를 볼 때까지 계속 성적을 올려 줄 수 있다고 믿게 만들어야지.

 

따짐이: 그렇군요… 하지만 목적은 그렇다 치고 내용이 문제 아닐까요?

 

선생님: 목적은 내용을 비롯한 다른 모든 것들을 결정하지.  사업 계획을 세워도 목적을 맨 먼저 적고, 법이나 규칙 같은 것도 맨 먼저 목적을 내세우지.  '왜' 하는지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때문이야.

 

따짐이: 음… 좋은 말씀이군요.  어쨌든, 그래서요?  목적이 점수 올리기인 사교육의 내용은 어떻게 공교육의 내용과 다를까요?

 

선생님: 수학 지식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고, 다른 학문이나 실제 세계와 어떻게 관계되는지를 파악해야 하는 복잡한 사고 과정을 생략하고 내용을 단원 별로 쪼개고, 그것을 시험에 나올 수 있는 문제 유형으로 다시 쪼개어 단순한 것들의 반복 숙달만으로 점수를 올릴 수 있게 만들어버리지.  그럼으로써 수학에서 배우는 내용의 진정한 의미나, 수학적인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을 알려주지 않는 것은 물론 스스로 알아낼 기회조차 빼앗게 되지.

 

따짐이: 잠깐, 지금 말씀하신 것이 사교육이라고 해서 꼭 일어나고, 공교육이라고 해서 꼭 안 일어날까요?

 

선생님: 그건 아니지.  실제로 공교육 기관이라고 불리는 학교에서도 역시 상당부분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

 

따짐이: 그런데도 그것이 사교육의 문제라고 하는 이유는?

 

선생님: 학교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고, 따라서 교장선생님이나 선생님들이 정신만 차리면 바로잡지 못할 이유도 없지.  점수 욕심에 불타는 일부 학부모들이야 불만이겠지만, 학교는 법에 의해 다니게 되어 있으니 안 다닐 수도 없고, 원칙적으로는 다른 학교로 옮길 수도 없지.  즉, 점수에 대한 조바심을 채워주지 않아도 학교는 망할 염려가 없고 선생님들은 직장을 잃을 염려도, 월급이 깎일 염려도 없다는 거야.

 

따짐이: 사교육에서는…

 

선생님: 사교육기관인 학원(여기서 학원이란 입시를 목적으로 하는 학원을 말하고, 특기나 기술을 배우는 학원 등은 해당하지 않는다.) 같은 경우 원래 목적이 수학 공부가 아니라 점수 올리기인 만큼, 학생들이 최소한의 노력으로 점수를 올릴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것은 목적에 딱 맞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고, 학원으로서는 아주 정상적인 상태이지.  또한 원장 이하 강사들이 진정한 수학교육을 해 보겠다고 나서다간 그 다음 달로 학생들이 다 빠져나가고 망하겠지.  원래 점수에 대한 조바심 때문에 사교육을 하는 것이니까.

 

따짐이: 그러니까, 점수 올리기 훈련에 불과한 엉터리 교육은 공교육에서는 잘못된 것이고 바로잡을 기회가 있는데 비해서, 사교육에서는 본질이고, 바로잡을래야 바로잡을 수도 없다는 거네요.  바로잡을 이유도 없고.

 

선생님: 그래.  그래서 사교육 자체가 문제라는 거야.  이론적으로야 점수에 대한 조바심이 때문이 아니고 정상적인 교육을 하려는 부모들과 교육자들이 만나서 사교육기관을 세우고 운영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학교마저 점수 올리기 훈련장으로 만들어버린 사회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긴 어렵지.  변한다면 학교가 먼저 변하겠지.

 

따짐이: 음… 그렇군요.  하지만, 제 친구들을 보면, 학원이나 과외에서 가르쳐 주지 않으면 어떻게 공부할지 감을 못 잡겠다는 학생들이 많거든요?  사교육이 나쁘다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그 대안은 뭘까요?

 

선생님: 그건, 담배를 안 피우면 불안하고 초조한데, 그 대안은 뭐냐고 묻는 것과 똑같아.  사교육으로 공부의 감을 잡는다고?  그건 감을 잡은 게 아니고 감을 잡을 기회조차 빼앗긴 것이야.

 

따짐이: 그래서, 대안이 뭐냐니까요?

 

선생님: 니코틴 의존증(흡연 습관)이 있는 사람에게 담배 피우는 것의 대안이 뭐겠니?

 

따짐이: 글쎄… 뭘까요?  그것도 좀 그렇네.

 

선생님: 최대한 빨리 일단 담배를 끊어야지.  그리고 거기에 적응해야지.  물론 그 과정은 쉽지 않고 괴롭지만, 그것이 계속 담배를 피우는 것보다는 낫지.

 

따짐이: 그렇다면, 사교육도 일단 끊어라?  그리고?

 

선생님: 그리고, 거기에 적응해서, 스스로 어떻게 공부할 것인지 결정하고, 문제의 풀이 자체보다는 거기서 배워야 할 수학적 지식과 사고방식을 배워 나가도록 해야지.  이것도 쉽지는 않고, 불안하고 초조해지는 '금단증상'이 나타나지만, 어쨌든 사교육을 계속하는 것보다는 나아.

 

따짐이: 그러면 성적이 올라갈까요?

 

선생님: 아니, 성적은 일단 떨어질 거야.  또한 훨씬 복잡한 사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더 어려운 길을 가는 셈이 되지.  맞게 하고 있는지 불안하기도 하고 말이야.  그러니까 학생, 학부형, 학원 강사, 학교 교사 등 누구도 그런 시도를 잘 못하는 거지.

 

따짐이: 그렇게까지 어렵게 수학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는?

 

선생님: 그건 어렵게 공부하는 것이 아니야. 수학은 원래 그렇게 공부하게 되어 있는 것이고, 다른 방법은 없어.  유클리드가 '수학에는 왕도가 따로 있지 않다' 라고 한 것은 멋있으라고 한 말이 아니라고.

 

따짐이: 어쨌든, 그렇게 제대로 수학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는?

 

선생님: 그게 옳으니까.

 

따짐이: 물론 그러시겠지만, 실용적인 효과는 없을까요?

 

선생님: 장기적으로는 학교 성적도 올라가게 되겠지. 사교육이 몸에 익어서 공부하는 방법 자체를 모르고, 공부 자체를 싫어하게 된 그 상태를 극복할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약 1년 정도만 일관성 있게 계속할 수 있다면 말이야.

 

따짐이: 장담하실 수 있나요?

 

선생님: 적어도 수학 학원 다니는 시간만큼 스스로 생각하고 탐구하는 자세로 수학을 공부한다면, 확실하다고 봐도 돼.

 

따짐이: 거 참 공부하기 어렵네요.  그 누구도 제대로 수학 공부하는 것을 안 도와 주고 방해만 하니.

 

선생님: 그래.  전에도 말했듯이 스스로 정신 차리는 수밖에 별 뾰족한 수가 없는 거지.  지금 내가 하는 이런 말들이 학생, 학부모들이 스스로 정신 차리는 계기 중의 하나가 되기를 바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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