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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사랑 이야기

왜 0이 중요한가? (1)

작성자 : 수학사랑|조회수 : 7297

따짐이: 선생님, 숫자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선생님: 영(0).

 

따짐이: 헐~ π e 같은 것을 말하실 줄 알았는데.

 

선생님: 그런 것은 숫자(digit)가 아니라 수(number)이지. 숫자는 0, 1, 2, 3, 4, 5, 6, 7, 8, 9 의 열 개 뿐이야.  십육진법을 쓸 때와 같이 이 열 개로 모자라는 경우에는 다른 숫자를 쓰기도 하지만.

 

따짐이: 그래요? 그럼 선생님은 수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죠?

 

선생님: 영(0).

 

따짐이: 헐~ 영이 그렇게 중요하단 말인가? 아무 것도 없다는 뜻일 뿐인데.

 

선생님: 아무 것도 없음을 나타내는 기호가 있다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음을 하나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거기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이지. 이것은 수학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지.

 

따짐이: 대체 왜 그렇게 중요한지 구체적으로 얘기해 주시면 안될까요?

 

선생님: 좋아. 그럼 오늘은 숫자로서의 0에 대해서 얘기해 볼까?

 

따짐이: 예.

 

선생님: 일단, 306과 같은 수를 쓸 때 0은 무슨 역할을 하고 있는 걸까? 말로 나타낼 때는 삼백 육이라는 식으로 0은 표현되지가 않는데 말이야.

 

따짐이: 그야, 그렇다고 3 6 이라고 쓰면 삼십 육인지 삼백 육인지 삼백 육십인지 구별이 안되니까

 

선생님: 그래. 다시 말해서, 0이 있음으로 해서 3은 뒤에서 세 번째, 6은 뒤에서 첫 번째에 있는 숫자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지.

 

따짐이: 0은 각 숫자의 위치가 어디인지 애매하지 않게 쓸 수 있게 해 준다는 거군요. 그럼, 위치만 애매하지 않게 나타낼 수 있으면 0은 필요가 없다고도 할 수 있나요?

 

선생님: 산가지나 주판처럼 각 숫자의 자리가 정해져 있는 기구를 사용할 때는 그 칸을 비워 놓으면 되기 때문에 굳이 0을 사용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그쪽이 언어와도 맞고 더 알기도 쉽지. 0이 쓸모가 있어지는 것은 수를 글로 쓸 때야.

 

따짐이: 수를 글로 쓰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요?

 

선생님: 여러 문화권에서 0이 없이 수를 글로 나타내어 왔지. 예를 들어 306은 三百六 이나 CCCVI 와 같이 써 왔다는 거야. 하지만 숫자의 위치에 따라 값을 달리함으로써 열 개의 숫자만으로 모든 수를 나타낼 수 있는 체계는 그런 것들보다 훨씬 우수하다고 할 수 있지.

 

따짐이: 왜요?

 

선생님: 수를 매우 경제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은 둘째치고, 계산을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야.

 

따짐이: 계산이요?

 

선생님: 그래. 그냥 수를 적는 것 뿐이라면 三百六과 같은 한숫자나 CCCVI와 같은 로마숫자도 좋겠지. 하지만 계산을 한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한숫자나 로마숫자를 가지고 곱셈이나 나눗셈 같은 계산을 할 수 있을까?

 

따짐이: 하긴, 자리를 맞추고, 자리 올라감을 처리해야 하는 경우 그런 표현 방법들로는 곤란하겠죠.

 

선생님: 그래. 그래서 그런 숫자들을 쓰는 문명권에서는 산가지, 주판, 산판과 같은 도구들을 사용했고, 계산은 그런 도구를 사용하는 기술을 특별히 익혀야만 할 수 있었지.

 

따짐이: 그런데 306과 같은 표기는

 

선생님: 수를 적는데 쓰는 그 표현을 그대로 써서 계산을 할 수 있지. 주판이니 하는 다른 도구를 쓸 필요 없이, 종이에 펜으로 쓰거나, 모래 위에 막대기로 쓰거나, 칠판에 분필로 쓰거나 해서 계산을 할 수 있다는 거야.  더구나 주판이나 산판을 쓸 때와는 달리 공간이 제약되지 않기 때문에 계산 과정까지 남겨 놓아 나중에 검토할 수도 있다는 이점도 있어.

 

따짐이: 우리가 초등학교에서 배웠던 사칙연산은 306과 같은 표기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말이군요. 그게 없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선생님: 너는 아직도 수학 시간에 주판 쓰는 법을 배우고 있을지 몰라. 뿐만 아니라 문명이 지금처럼 발달할 수도 없었을 걸. 항해술이나 천문학, 물리학, 공학 등 문명의 발전을 가져온 많은 학문들은 계산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야.

 

따짐이: 0이 대단한 일을 했군요.

 

선생님: 정확히는 0을 이용하여 위치에 따라 숫자의 값을 달리하는 기수법이 대단한 일을 한 것이지. 이런 기수법은 바빌로니아 문명에도 있었고, 마야 문명에서도 볼 수 있지만, 인도에서 쓰던 방법이 언어와 잘 맞는 십진법을 사용하고, 필산의 방법도 같이 발달하였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쓰게 되었지.

 

따짐이: 결국 숫자로서의 0의 중요성은 위치에 따라 숫자의 값을 달리하는 기수법의 중요성이었다 이 말씀이네요. 단순히 적는 것이 아니고 그것으로 계산까지도 할 수 있는 기수법

 

선생님: 그래. 지금 우리가 아주 당연한 듯이 쓰고 있는 306과 같은 표현은 사실 인류 문명을 업그레이드시킨 굉장한 발명품인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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